급여 선정산(EWA) 스타트업 캐노피(Canopy, Inc.)가 일본 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 시장에 나선다. 이인후(Andrew Lee) 캐노피 대표는 2026년 4분기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2027년부터 일본 전역에서 B2B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캐노피는 2026년 5월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세 번째로 일본 시부야 스타트업 서포트 UP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도 캐노피를 공식 지원 파트너사로 확정했다. 캐노피는 이를 통해 현지 법인 설립, 비자, 사업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했다.
일본: 현지 법인 설립으로 시작하는 B2B 확대
캐노피의 일본 사업은 현지 법인 설립에서 출발한다. 설립 시점은 2026년 4분기다. 일본 법인 설립 이후 2027년부터 일본 전역에서 B2B 사업을 확대하고, 그 뒤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 거점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해외 진출 전략에서 캐노피는 ‘퍼스트 무버’보다 ‘라스트 서바이버’를 지향한다. 이 대표는 5년, 10년 뒤에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월급날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10년 뒤에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월급날’의 개념이 사라지고, 일한 만큼 자유롭게 소득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신용이나 배경이 아닌 성실한 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인정받는 금융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회사는 해외 사업과 이용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조달 기반도 넓혀 나갈 예정이다.

한국: 채용 플랫폼에서 급여 선정산으로
이 대표는 KPMG 미국, PwC 크로스보더 M&A, 구글을 거쳤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호텔 채용 플랫폼의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하고 유료화를 추진하다 한계에 부딪힌 뒤, 호텔 서비스 직군 종사자 인터뷰에서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과 지출이 필요한 시점 사이의 간극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채용 플랫폼의 사업 방향을 바꿔 2024년 4월 캐노피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는 사업의 초점을 채용에서 유동성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이 간극 때문에 근로자가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캐노피의 문제의식이다. EWA는 이미 발생한 급여를 정기 급여일 전에 이용하는 구조다. 회사는 EWA가 대출이 아니며 신용점수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사명의 유래도 설명했다.
“사명 캐노피는 숲의 가장 위층을 덮어 생태계를 보호하는 수관(Canopy)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용점수나 배경이 아니라 실제 일한 시간과 소득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로자가 자기 소득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돕는 우산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서비스 구조와 기술: 기업 ERP 변경 없이 연동
근로자가 앱에 근무 기록을 남기면 적립 급여가 실시간으로 계산된다. 필요할 때는 이자 부담 없이 인출할 수 있다. GPS 위치 데이터와 내부 감지 로직으로 비정상 근태를 걸러낸다.
독자 정산 레이어와 가상계좌·자동이체를 활용해 기업의 ERP나 급여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연동한다. 관련 기술은 2026년 4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국가 R&D 과제에도 선정돼 AI 언더라이팅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금융이 개인의 신용점수나 자산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캐노피는 실제 노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에 주목했다. 기존 핀테크가 결제·소비 이력 등 지출 데이터를 주로 활용한다면, 캐노피는 근무 기록·소득·급여일 입금액 등 수입 측면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고객사와 B2C: 기업 복지에서 개인 이용까지
캐노피는 B2B2C 기업 복지 모델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한솔그룹, 대교그룹, 삼천리(SL&C)가 도입했고, 대교·한솔 중심으로 기업용 사업을 넓히는 중이다. 파이브가이즈와 제냐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호텔 사업장으로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혔다.
2026년 3월에는 기업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B2C EWA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구독 전환율은 50%를 웃돌았다. 이는 근로자의 자발적 지불 의사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수상·선정 이력과 수익성 목표
캐노피는 금융위원회 ‘핀테크 연결의 장’ 성공 사례로 선정됐다. 2025 서울 핀테크 위크의 제2서울핀테크랩 데모데이 with 네이버클라우드에서는 우수상을 받았고, 기보벤처캠프에서는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수익성과 관련해 회사 측이 제시한 목표는 2026년 4분기 손익분기점(BEP) 달성, 2027년 1분기 이익 전환이다.
중장기 구상: 네오뱅크·BaaS 인프라
중장기적으로는 소득 데이터와 AI 현금 흐름 진단·언더라이팅을 결합해 네오뱅크·BaaS 인프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별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은행 인프라를 활용한다.
이 대표는 제도 환경에 대한 인식도 밝혔다. 급여 선정산 서비스의 법적 성격, 사업자 책임, 소비자 보호 기준이 명확해져야 하고, 실제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