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수출하거나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중간선거 이후 관세와 경제안보 규제를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가 5일 서울에서 논의됐다. 한국무역협회(KITA)와 법무법인 광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 중간선거 결과와 한미 통상관계 전망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무역업계와 유관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정치 지형이 이번 세미나의 출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후반의 통상정책을 분석하고, 대미 투자·관세·비관세 장벽 등 한국 기업 현안을 논의했다. 행사는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미국 시장: 정치 변화에도 관세 기조 유지 가능성
장석민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개회사에서 “미국이 우리 기업의 주요 생산과 투자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정책 변화가 우리 기업의 대미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분점정부 구도가 통상정책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참석 전문가들은 의회 견제가 강화돼도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와 양자 협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하상응 서강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의회를 우회하고 사법부와의 충돌을 감수하며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들어 중간선거 결과가 기본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 변화만으로 통상 압박이 완화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세션에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분점정부 아래 의회와 행정부의 갈등이 길어지면 대미 투자 관련 행정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미 투자: 요구 강화 가능성과 합의 이행 점검
허윤 서강대학교 교수는 한국·일본·대만을 대상으로 한 대미 투자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투자 합의에 담긴 납입 상한과 우산형 수익 배분 등의 안전장치가 실제 이행 과정에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세·경제안보 규제: 계약과 증빙 자료 준비
조수정 고려대학교 교수는 임기 후반에도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를 활용한 관세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계약에 관세 변동 비용과 위험 배분 조건을 사전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경제안보 규제 대응과 관련해 원산지 증빙뿐 아니라 부품·생산공정 이력, 거래 상대방의 지분 구조, 기술 수출통제 대상 여부를 확인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통상 규제가 생산 국가뿐 아니라 공급망, 거래 관계, 기술 성격까지 고려할 수 있어 기업의 사전 점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치 권력 구도의 변화와 실제 경영에 영향을 주는 통상 규제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통으로 내놨다.
다음 일정
한국무역협회는 오는 30일 '2026 KITA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와는 별개 행사로,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와 공급망 재편 흐름, 한국 수출의 성장동력과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