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에서 아버지 농장의 허브와 제철 국산 농산물로 크래프트 진을 만드는 부자진이 네덜란드, 싱가포르, 독일, 홍콩 등 4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 수준까지 올라왔다. 조동일 대표는 해외 생활 중 진 전문 바에 한국 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 한국식 진을 만들기로 했고, 2020년 국내 첫 크래프트 진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17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박람회 바이어와의 직거래로 뚫은 4개국 판로
부자진은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호텔·레스토랑·전통주점 납품으로 유통망을 갖췄지만, 해외 판로는 방식이 다르다. 해외 시장은 박람회에서 만난 바이어와의 직거래를 통해 뚫었다. 이런 방식으로 부자진은 네덜란드, 싱가포르, 독일, 홍콩 등 4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디지털소상공인연합 글로벌분과장을 맡고 있는 조 대표는 KOTRA가 운영하는 수출 플랫폼 바이코리아도 활용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12년 넘게 금융업계에 몸담았던 경력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며 느낀 '한국 진의 부재'가 창업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해외 바이어를 상대할 때도 한국식 진이 가진 차별점을 어필하는 데 집중했다.
니트로도 마시는 한국식 진, 해외에서 통했다
조 대표는 “한국 사람이 마시기에는 은은하면서도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니트로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진이라는 점을 외국에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알리기 시작하니 외국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마시던 진과 다르니까요.”라고 말했다. 부자진 한 병에는 12~16가지 원료가 들어가는데 모두 국산이다. 대표 제품 라인업으로는 도수 56도의 '바텐더컷'과 58.8도의 '네이비스트렝스'가 있으며, 오미자, 개똥쑥, 둥글레, 일년감, 오크 숙성 등 국산 재료를 내세운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부자진은 매년 한정판도 제철 재료로 300병씩 생산한다. 2023년에는 탱자를, 2025년에는 미나리를, 2026년에는 방아(배초향)를 원료로 썼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 전통주를 만드는 분들은 대부분 땅에서 나는 재료만 쓰려고 해요. 그런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재료 선택의 폭을 넓힌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 대회 수상으로 품질을 입증하다
부자진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을 품질 증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21년 영국 '더 진 마스터스'에서 금메달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대회(SFWSC)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2022년에는 홍콩 CWSA에서 금메달, 영국 IWSC에서 동메달을 수상했고, 2023년 영국 LSC에서는 은메달을 받았다. 2024년에는 대표 제품 '시그니처'가 월드 진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받으며 품질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조 대표는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제철 증류와 레시피 배치 방식을 고집한다. 그는 “7년 전에 만든 진이 오늘도 맛과 향이 같아야 합니다. 그래서 전부 레시피로 남겼어요. 레시피만 있으면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맛이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맛의 구조에 대해서도 조 대표는 “좋은 술은 3차원이에요. 혀의 앞과 중간, 끝을 지나면서 맛이 변합니다. 처음엔 은은하게 왔다가 중간에 묵직해지고, 끝에서는 그 맛들이 어우러져 여운으로 남죠. 코로는 오렌지 향을 맡았는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맛이 나는 반전도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제품마다 이야기를 입혀 브랜드를 세우다
부자진은 제품마다 스토리텔링을 접목한다. 잔소리, 떼부자 등 제품명에서도 이런 시도가 드러난다. 조 대표는 “부자진을 하면서 아버지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어머니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한국의 어머니, 한국적인 정서를 진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로 설명할 수 없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래서 제품마다 이야기를 입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사람마다 취향과 입맛이 다 다릅니다. 다양한 진을 만들어서, 고객이 자기가 원하는 맛과 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제공하고 싶었어요.”라며 17종에 이르는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온 이유도 밝혔다. 전통주를 소주, 막걸리, 청주로만 떠올리는 국내 인식에 대해 조 대표는 “전통주라고 하면 소주, 막걸리, 청주만 떠올립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술이 끊임없이 변해 왔는데, 우리는 여전히 같은 틀에 머물러 있어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자진은 국제 대회 수상과 4개국 수출로 다져온 품질과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