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테스트 플랫폼 ‘프로그래머스’로 국내 채용 시장의 표준을 만든 그렙이 미국 고객을 확보하고 전 세계 컴퓨터 기반 시험(CBT) 센터 10만여 곳을 겨냥한 해외 확장에 나섰다. 그렙 임성수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역량 평가 사업과 원격 시험감독 솔루션 ‘모니토’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2028년 IPO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임 대표는 카카오 CTO 출신 이확영과 함께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개발자를 뽑자는 문제의식으로 그렙을 창업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코딩 테스트 수요는 줄었지만, 그렙은 지난 3월 AI 역량 평가 서비스를 내놓으며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 고객까지 확보했다. 그렙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 대한민국 기업 AI 역량 진단 리포트’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인사담당자·경영진 200명 가운데 66.5%는 AI 역량을 측정할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그렙은 이 공백을 채용을 넘어 교육·AX진단·자격증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모니토, LLM·VLM으로 글로벌 시험센터 공략
그렙의 원격 시험감독 솔루션 모니토는 현재 약 1,000개 기관에서 연간 3,600건 이상의 시험에 쓰인다. 임 대표는 “출시 직후 한 시중은행 채용 시험에 쓰이면서 8,000명이 한꺼번에 접속했었요. 서버가 버티지 못해 전 직원이 달려들어 대응했죠. 그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지금은 동시 접속 2만 명도 안정적으로 감당합니다. 이만한 인원을 한 번에 소화하는 시험 감독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저희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렙은 오탐을 줄이기 위해 LLM을 도입했고, 자체 테스트에서 사후 검토 시간은 30% 이상, 오탐 비율은 20% 줄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영역의 부정행위까지 차단하는 ‘모니토 플러스’를 출시했다. 임 대표는 “시험 감독 솔루션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곳은 전 세계에서 저희가 처음입니다.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AI 기술로는 글로벌 톱 레벨이라고 자신합니다”라고 말했다.
2만여 시험센터 보유 글로벌 CBT 운영사와 협력 논의
그렙은 지난해 8월 CBT 전문 기관 P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시험센터 2만여 곳을 보유한 글로벌 CBT 운영사와 시범 운영을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 컴퓨터 기반 시험센터는 10만 곳에 이르는데, 그렙은 이 시장을 겨냥해 비전언어모델(VLM)과 온디바이스 AI, AI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LLM 적용으로 이미 글로벌 AI 시험 감독 시장의 선두 그룹에 들어섰고, VLM까지 더하면 1위를 노릴 수 있다고 임 대표는 봤다.
그렙은 AI 역량 평가와 교육을 연계하는 방식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임 대표는 “교육에 앞서 테스트로 수준을 확인해야 그에 맞는 교육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점수라면 무엇을 배워야 하고, 교육을 받으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평가와 교육을 연계하는 것이 저희의 차별점입니다. 다만 지금의 평가와 교육은 범용적인 AI 활용 역량과 AI로 흔히 처리하는 업무를 다룹니다. 조직의 AI 역량이 실제로 높아지려면 그 조직의 업무와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춘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업 교육도 고객사마다 맞춤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AI 자격증에 대해서는 “AI 자격증은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식을 묻는 데 그쳐, 실무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자격증은 드뭅니다. 저희는 응시자가 실제로 AI와 일하는 과정을 보고 평가합니다. 자격증이 곧 AI로 일할 줄 안다는 증명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딩 테스트의 미래, 그리고 2028년 IPO
그렙은 프로그래머스를 통해 1,400여 개 기업, 누적 응시자 81만 명이라는 국내 최대 코딩 테스트 인프라를 쌓았고, PCCP·PCCE, PCSQL 등 코딩·데이터 역량 인증 시험도 운영하고 있다. 임 대표는 코딩 테스트의 역할 변화에 대해 “예전에는 일부 기업이 아무도 풀지 못할 만큼 어려운 문제를 주문하기도 했어요. 앞으로 코딩 테스트는 논리적 사고력과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기초 역량 평가로 자리 잡을 겁니다. 미국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코딩 테스트를 한시적으로 없애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가리라고 봅니다”라며 코딩 테스트가 사라지기보다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봤다.
그렙은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올해 생성형 AI로 사업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상장 일정을 내년 4월에서 2028년으로 미뤘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32억 원이며, 프리IPO를 거쳐 2028년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