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뷰티 유통업체 얼타뷰티의 600개 매장에 입점하며 해외 판로를 넓힌 곳은 두피 관리 브랜드 리필드다. 운영사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는 자신의 탈모 경험에서 출발해 AI 두피 스캐너와 cADPR 성분 기반 제품을 만들었고, 리필드는 2025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수출 국가는 12개국이다.
리필드는 누적 판매량이 135만 개를 넘었다. 정 대표는 최근 3년 동안 회사가 매년 약 3배씩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얼타뷰티 600개 매장 입점, 사용법부터 현지화
리필드는 올해 4월 미국 뷰티 유통업체 얼타뷰티의 600개 매장에 입점했다. 영국에는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진출에서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제품 소개 방식이었다. 한국과 다른 미국 소비자의 두피 관리 습관 때문에 미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국가별로 두피 관리 습관이 달라 사용법을 현지에 맞춰 풀어낸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반응에서 정 대표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성분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제품의 특허 성분을 소비자가 논문까지 찾아보고 리뷰에 적어놓은 걸 처음 봤어요. 미국 소비자들이 성분에 관심이 많고 굉장히 꼼꼼하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일본 등 12개국 수출과 학회 발표
수출은 12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화장품학회(IFSCC 2026)에서 cADPR 퓨전 엑소좀의 모낭 도달과 세포 신호 조절 연구를 발표했다. cADPR(cyclic ADP-ribose)는 세포 내 칼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로, 리필드 제품의 핵심 성분이다.
팁스(TIPS) 연구개발 과제로는 모발 개수와 굵기를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제품 전략: 샴푸 대신 클렌저와 토닉
리필드는 기존 탈모 샴푸 생산을 중단하고 클렌저와 토닉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했다. 올해 8월 기존 탈모 샴푸를 대신해 사이토카인 cADPR 스칼프 리셋 클렌저를 내놓았다. 주력 제품은 세정 후 두피에 남겨 쓰는 사이토카인 cADPR 스칼프 부스터 토닉이다.
씻어내는 것만으로 탈모 관리가 끝난다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는 것이 재편의 목적이다. 정 대표는 샴푸 중심 프레임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탈모 샴푸만 쓰면 치료가 된다는 프레임 자체는 우리가 따라가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씻어내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정 대표는 회사를 어떻게 정의해 왔는지도 말했다.
“저희는 뷰티 회사나 화장품 회사로 저희를 정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탈모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지를 고민하는 회사였고, 첫 번째는 현황을 알려주고 거기에 맞춰 제안을 드려보자는 거였죠.”
AI 두피 스캐너와 700만 건 데이터
AI 두피 스캐너는 화장품보다 먼저 개발했다.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모발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리필드가 확보한 두피 이미지와 관련 데이터는 700만 건 이상이며,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초기에 스캐너를 무료로 제공하고 관리 제품을 구독 형태로 판매한 모델을 운영했는데, 정 대표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 고객의 재구매율은 50~60% 수준이었다. 의료진과 독자 성분을 연구하고 AI 두피 스캐너를 개발한 것은 기존 탈모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탈모 경험에서 시작한 두 번째 창업
정 대표는 대학 시절 연세대·고려대 학생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를 만들었다. 이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팀에서 일했고, 동아리 동료와 컨비니언스를 공동 창업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의 사업을 총괄했다. 바른생각이 브랜드로 알려지기까지는 4~5년이 걸렸다.
두 번째 창업의 소재는 자신의 오랜 고민인 탈모에서 찾았다. 정 대표는 20대 시절을 이렇게 돌아봤다.
“20대 때 안 써본 게 없었어요. 여러 방법을 다 시도했는데 결국 남은 건 불신과 포기였거든요. 돈을 쓰면 되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콘스탄트는 2020년 6월 설립됐고, 리필드는 이듬해인 2021년 8월 출시됐다. 탈모 전문 병원을 운영해 온 양미경 박사는 30년간 현장에서 임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온 의사다. 정 대표는 약 1년 동안 양 박사를 설득했고, 끈질긴 설득 끝에 양 박사는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연구책임자(CRO)로 합류했다.
설득 과정에서 정 대표는 병원을 계속 찾았다.
“거의 한 달이나 한 분기에 한 번씩 병원에 찾아가서 박사님 앞에서 발표를 했어요. 제가 여기까지 공부해 왔는데 이게 이렇게 되는 게 맞느냐고 질문도 하고, 직접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안도 드렸죠. 저희 비전에 대해서 계속 IR을 한 거예요.”
고객 이해의 수정
정 대표는 창업 초기 약 2~3년 동안 자신의 경험을 소비자의 일반 행동으로 받아들였다고 실패 사례로 꼽았다. 주력 고객은 예상과 달리 여성, 특히 20~30대 여성이었다.
“제가 곧 소비자라고 생각했던 게 가장 큰 착각이었어요. 제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면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당연히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국내 유통과 향후 목표
국내에서는 자사몰을 비롯해 올리브영과 무신사, 약국, 클리닉 등에서 리필드를 판매한다. 9월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전국 24개점에 대용량 부스터 토닉을 선보였고, 10월에는 뷰티컬리에 입점했다.
정 대표는 향후 목표로 탈모 관리를 두피 관리 상식으로 만드는 것을 꼽았다. 한국에서 탄생한 두피 과학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하는 사례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