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가는 라오스 현지 유기농 농장에서 원물을 직접 재배해 확보한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을 앞세워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데모데이에서 현지 투자자와 접촉하며 글로벌 원료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하경수 로가 공동대표는 식물성 콜라겐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 ‘바이오파운드라(BioFoundra)’를 구축해, 청주 제1공장과 건설 중인 세종 제2공장을 거점으로 천연물 소재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라오스 농장에서 시작된 원물 관리, 공급망 주도권 확보
로가는 2017년 라오스 유기농 농장에서 히비스커스 재배를 시작했다. 2019년 식물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2021년에는 제조 기술과 원물에 관한 특허를 확보하며 원료 개발의 토대를 다졌다. 하 대표는 원물 재배부터 공급망까지 직접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바이오 소재도 같습니다. 산업의 효율성만 따지면 직접 농사를 짓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원물과 공급망을 직접 관리해야 기술과 품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안에 남아 있는 농사꾼의 기질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농업 3세대인 하 대표는 아버지에게서 들은 농사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버지가 말한 농사의 공식이 있습니다. 한 번 잘되면 다음에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는 날씨와 자연이 결정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다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덜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물 중심 철학은 라오스 현지 재배지를 기반으로 한 원료 확보와 이어져, 로가가 해외 원물 조달을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는 배경이 됐다.
시알 파리 그랑프리, 글로벌 원료 시장에서의 인증
로가는 2022년 프랑스 시알 파리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라오스에서 재배한 히비스커스를 원료로 한 VC-H1이 글로벌 원료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사례다. 하 대표는 로가의 정체성에 대해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게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히비스커스에서 확인한 기술을 다른 천연물에 적용하고, 각 소재에서 더 신뢰도 높은 유효 성분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의 로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데모데이, 미국에서 이어진 투자 유치
로가는 2025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데모데이에 참가해 기술과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이 자리를 계기로 2025년 매출 300억원 돌파에 이어, 2026년 5월에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현지 데모데이 참가는 로가가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한 방식으로, 이후 글로벌 자금 조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 대표는 여러 사업을 거치며 농업이 본질임을 깨달은 과정을 언급했다. “애플리케이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여러 사업을 거치고 나니 제가 가장 오래 봤고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어요. 농업이 가진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SK플래닛, 11번가, 쿠팡 등 커머스 분야를 거치고 파머스라운지, 한국시계병원을 운영하며 두 차례 폐업을 경험했다.
바이오파운드라 플랫폼과 CES 2027을 향한 로드맵
로가는 시장 수요를 먼저 분석하고 AI로 적합한 천연물·펩타이드 후보를 탐색한 뒤, 가상 환경에서 분자구조와 효능을 검토해 실험·생산·인체적용시험·글로벌 판매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구조를 구현한 플랫폼이 바이오파운드라다. 하 대표는 “지금까지는 연구실에서 좋은 소재를 만든 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를 찾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먼저 확인하고 그 수요에 맞는 천연물 소재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소재 개발의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게 두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로가는 CES 2027 혁신상 출품을 준비하며 글로벌 원료 유통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 대표는 자체 연구소가 없는 작은 브랜드에도 R&D 역량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무리 작은 브랜드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원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R&D는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어요.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원료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쌓는 단계로 B2B 고객부터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더 쌓아야 하므로 B2B 고객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자체 R&D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계획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회사가 좋다고 주장하는 제품보다 본인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라오스 농장에서 시알 파리,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CES 2027로 이어지는 로가의 행보는 원물 관리부터 글로벌 인증, 해외 투자 유치까지 각 단계를 직접 밟아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