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을 파리 스테이션F 같은 글로벌 창업 게이트웨이로 만들어 해외 창업자와 연구자, 투자자가 국내에 정착해 사업화까지 이어가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스타벤처스 대표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문지은 박사는 최근 기고문에서 한강과 용산을 공공소유는 유지하면서 장기임대와 기간형 사용권, 민관협력 방식으로 활용해 청년·스타트업의 기회 인프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지를 매각해 개발이익을 남기는 대신, 창업가들이 국내외를 오가며 투자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계하자는 취지다.

스테이션F 모델과 KOSME 국제 프로그램
문 박사가 제시한 참고 모델은 프랑스 파리의 스테이션F다. 스테이션F는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각종 지원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캠퍼스로, 이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이 이곳에서 국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국 창업가들을 파견해 현지 네트워크와 투자유치 기회를 잇고 있다. 문 박사는 이 같은 파트너십 구조를 국내로 들여와, 용산에 해외 창업자·연구자·투자자가 직접 들어와 정착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글로벌 창업 게이트웨이’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기간제 주거와 투자·오픈이노베이션 허브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입주 기간을 2~3년으로 정한 기간제 주거가 제시됐다. 창업 초기 단계의 유동성이 큰 창업가들이 부담 없이 용산에 머물며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초기 비용을 낮추며 실험할 수 있는 공유 연구·제작시설, 그리고 창업자와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상시 만날 수 있는 투자·오픈이노베이션 허브를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액셀러레이터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문 박사의 핵심 논지다.
한강, 공정성의 척도는 사다리다
문 박사는 도시의 공정성이 같은 주소에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승 이동의 사다리를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 나이츠브리지, 뉴욕 맨해튼, 도쿄 미나토구, 홍콩 피크 같은 세계 주요 도시의 고급 주거지역은 부의 집중을 상징할 뿐, 그 자체로 기회의 사다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강 역시 단순한 주거지 배후지가 아니라 문화·산업 기회와 연결된 도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 박사는 도시정책의 성과 지표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주택 공급량이나 개발이익 같은 양적 지표 대신 교육·취업·창업·투자·글로벌 네트워크 접근성 등 청년의 상승 이동 가능성, 즉 ‘몇 개의 사다리를 만들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강·용산 같은 핵심 공공부지는 단기 개발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옵션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용산을 스테이션F식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한강을 기회 인프라로 재편하자는 이번 제안은 해외 창업자·투자자의 국내 유입과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KOSME의 스테이션F 파트너십처럼 실제 해외 거점과의 협력 사례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가 관심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