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어난 가상자산 거래 15조원어치가 국내 거래소 장부를 벗어나 국경 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트론, BNB 스마트체인, 베이스 등 6개 블록체인의 온체인 데이터와 지역 정보, 국가별 가상자산 서비스 이용 비중을 결합해 2025년 한국의 잠재적 과세 대상 가상자산 활동 규모를 약 109억달러(원화 약 15조원)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석 대상국 가운데 1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체이널리시스코리아는 이번 분석이 2027년 1월 국내 가상자산 과세 시행,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마련한 국가 간 암호화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 체계인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도입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보유한 정보만으로는 자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전체 경로와 취득원가를 연결하기 어려운 만큼, 온체인 데이터가 국제 과세 정보망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위 자금 흐름, 국경 없는 과세 대상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109억달러는 소득 20억달러, 거래 이익 32억달러, 결제 56억달러로 구성됐다. 전 세계 잠재적 과세 대상 온체인 활동은 최소 4570억달러로 집계됐으며, 미국이 1126억달러로 가장 컸고 독일 241억달러, 중국 210억달러, 영국 194억달러, 인도 190억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온체인 데이터는 특정 국가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블록체인과 지갑 주소를 거쳐 국경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국내 거래소 기록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체이널리시스의 진단이다.

한국의 온체인 활동은 소수 지갑에 집중된 특징을 보였다. 한국 지갑 주소의 28%가 잠재적 과세 대상 활동의 87%를 차지했는데, 이는 싱가포르(주소 20%가 활동의 89%), 브라질(주소 32%가 87%)과 비슷한 집중도이며, 일본(주소 27%가 활동의 5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한국 정부 재정적자 75억달러와 비교하면 한국의 가상자산 활동 규모는 재정적자의 144.05%에 달해, 포르투갈(201.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2027년 과세 시행과 CARF, 사각지대는 여전
국내에서는 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된다. 연간 기본공제는 250만원이며 세율은 20%다. 같은 시기 도입되는 CARF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체계지만, 체이널리시스 분석 결과 전 세계 온체인 과세 대상 활동 중 CARF 보고 대상에 해당하는 사건은 약 14%에 그쳤고 나머지 약 86%는 CARF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의 대부분이 국가 간 자동교환망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기준과 함께 실제 과세 대상 활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ARF로 확보하는 납세자·거래 보고 정보와 블록체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면 정보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과세 대상 활동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가 이번 분석을 담은 ‘가상자산 세금 보고서(The Crypto Tax Report)’에서 제시한 수치는 실제 과세표준이나 예상 세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다만 국경을 넘나드는 한국발 온체인 자금이 CARF 자동교환망과 온체인 데이터 분석이라는 이중 감시망 안에서 어떻게 포착되고 걸러지는지가, 2027년 과세 시행을 앞둔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와 거래소 모두에게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