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역외에도 적용되면서, EU와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공급망 인권실사가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 기준 대응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ESG데이터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2026년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 아스타호텔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제2회 인권경영실천포럼’을 열고, 6개 세션을 통해 공공기관 인권경영 실태 분석과 실사 방법론을 발표했다. 지난해 50명이었던 참석자는 올해 100여 명으로 늘어 논의 범위가 공급망과 이해관계자까지 확대됐다.
제도는 있지만 작동은 확인 안 된 공공기관 인권경영
한국ESG데이터는 최근 3년간(2023~2025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이번 포럼에서 처음 공개했다. 인권경영 관련 평가 서술 중 66.3%가 제도 도입 단계에 그쳤다는 것이 핵심 발견이다. 안동규 한국ESG데이터 원장은 “인권실사가 매뉴얼 이행으로 좁게 해석돼 왔다”고 지적하며, 제도를 갖췄다는 사실과 그것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공급망 리스크와 CHRB 기반 역량 평가
포럼에서는 최저가 낙찰과 단기 반복계약 구조가 공급망 인권 리스크 파악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논의됐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위험도 기반 히트맵 방식의 공급망 점검 방법론과, 기업인권벤치마크(CHRB)를 기준으로 삼는 역량 평가 방안이 제시됐다. 이소라, 박태성(다인노무법인), 조재현(국가인권위원회), 나현필(국제민주연대) 등이 세션에 참여해 실무 관점의 논의를 더했다.
EU CSDDD 역외적용, 국제 기준으로 확장되는 실사
안동규 원장은 “인권경영의 다음 과제는 무엇을 갖추었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표와 현장 사이의 격차를 탐지하는 실태조사, 그 격차를 겪는 당사자를 향한 인터뷰, 공급망으로의 점검 범위 확장이라는 세 갈래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U CSDDD가 역외 기업에도 적용되는 만큼, 이는 국내에 한정된 논의가 아니라 EU와 연결된 공급망을 가진 국내 기업 전반이 대비해야 할 국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졌다. 권리보유자에게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이번 논의에서 함께 제기됐다.
조동욱 한국ESG데이터 대표는 “이번 포럼은 방법론을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기관들이 서로의 시행착오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포럼을 이어가며 실무자들이 고민을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교류와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 규모가 두 배로 늘고 논의 범위가 공급망까지 확대된 만큼, EU 시장과 얽힌 국내 기업들의 실사 대응 논의도 다음 포럼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