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트업 펫웰비가 파충류의 등 무늬를 지문처럼 활용하는 AI 개체식별 기술 ‘Reptile-DID’를 앞세워 홍콩·중국 시장에 데이터 판매와 파트너십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2026년 7월에는 홍콩 ZEBULUN INTERNATIONAL GROUP이 펫웰비의 특수동물 AI 헬스케어 플랫폼 ‘Familia’ 앱과 의료데이터 사용권을 3만 달러에 선결제로 구매했으며, 회사는 이를 발판 삼아 중국 2위 동물병원 체인 RuiPai와 업무협약을 맺고 선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김현일 펫웰비 대표는 서울시수의사회에서 9년간 재직하며 특수동물 시장의 기록 공백 문제를 직접 목격한 뒤 창업에 나섰다.

기록 없는 시장, 법은 앞섰지만 기술이 없었다
특수동물은 마이크로칩 같은 개체식별 수단을 적용하기 어려워 거래·진료 기록이 축적되지 않았고, 유기나 분쟁이 발생해도 추적이 불가능했다. 2026년 1월 서울 강남구 지하철역에서 멸종위기 2급 뱀이 발견되고, 같은 해 6월에는 부산 부경대 인근에서 크레스트 게코 150여 마리가 무더기로 유기되는 사건이 이어지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협회에 9년 있으면서 특수동물 관련 분쟁이나 소송 자체가 거의 0%였습니다. 내가 산 그 개체가 그 개체라는 걸 아무도 증명할 수 없었고, 다툴 수도 없었습니다. 볼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처방이 없으니 기록이 없고, 기록이 없으니 데이터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25년 12월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특수동물의 보관·양도·양수·폐사 신고가 의무화됐지만, 김 대표는 “법은 기록하라고 하는데, 기록할 기술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답률 98.6%까지 끌어올린 개체식별 기술
펫웰비는 파충류 등 무늬를 사람의 지문처럼 활용해 AI로 같은 개체를 지속 식별하고, 거래·진료·양도양수·폐사 기록을 한 개체에 누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개발 초기 정답률은 낮았지만 현재는 같은 개체 식별 정답률 98.6%, 1대1 검증 정확도 92%, 식별 성능 AUC 0.98까지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정답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진 100장을 섞어 20개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5명도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전문 브리더도 80% 성공률이라고 했습니다”라고 당시 어려움을 전했다. AI 건강진단 모델은 AUROC 0.989를 기록했으며, 김 대표는 “이 데이터는 특수동물 특성상 인터넷에 쌓일 수 없고, 볼 수 있는 수의사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에는 반포베이스동물병원 대표원장 권재연 수의학 박사가 CTO로, SBS TV동물농장 자문수의사이자 유튜브 구독자 480만 명을 보유한 최영민 박사가 고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임상데이터가 곧 경쟁력, B2B 락인 전략
전국 5,500개 동물병원 중 특수동물 진료가 가능한 곳은 50곳 미만이고,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30곳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환경에서 임상데이터 확보 자체가 펫웰비의 경쟁력이 됐다. 회사는 브리더를 먼저 락인시켜 구매자를 유치하는 B2B 전략을 채택했고, 서울시수의사회 자본으로 설립된 법인 서수팜은 이 과정에서 매출이 4년 만에 50억에서 150억으로 성장했다. 펫웰비의 B2B 약국 거점은 300개 이상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멤버십 데이터가 쌓이면 보험사에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거나 보험 상품 개발을 함께 하는 방향으로 연결할 계획”이라며 “한 마리에 몇천만 원짜리 개체를 키우는 보호자들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홍콩 선결제 구매, 이어 중국 시장으로
2026년 7월 ZEBULUN INTERNATIONAL GROUP의 3만 달러 선결제 구매는 펫웰비 기술의 해외 반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중국은 불신의 문화라 가짜가 많아 이 기술을 눈여겨봤다”고 전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 35%로 커지는 중국 특수동물 시장을 겨냥해 펫웰비는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548개 병원 규모의 중국 2위 동물병원 체인 RuiPai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2026년 11월을 목표로 선전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발판으로 일본·미국·유럽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펫웰비는 개체 식별 기반 신뢰 인프라 구축을 통해 특수동물 시장의 책임 있는 거래·사육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30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특수동물 시장에는 개체를 제대로 식별하고 기록할 수 없다는 공통된 문제가 있습니다. 아픈 개체가 버려지지 않고 유기가 익명으로 남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특수동물도 누가 키우고, 어떻게 거래되고,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기록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