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시작한 바이오스타트업 바이오스페로가 자체 개발한 장기칩 연구 플랫폼 ‘OrganXpert’를 앞세워 일본과 미국 시장 검증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제약·바이오 전문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었고, 미국에서는 현지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합류하며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김경환 바이오스페로 대표는 국내 실증을 바탕으로 글로벌 검증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물실험의 한계를 넘어선 인체 모사 플랫폼
바이오스페로는 신약 후보물질이 동물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도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문제에 주목해 OrganXpert를 개발했다. 장기칩(Organ-on-a-Chip) 기술을 기반으로 세포가 실제 인체와 유사한 환경에서 반응하도록 구현해 신약 후보물질의 인체 반응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김경환 대표는 “세포가 실제 인체에서 살아가는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시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OrganXpert의 강점입니다. 또 성능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죠. 바이오스페로가 장기칩 자체뿐 아니라 세포 배양과 유체 순환, 시험 준비 과정까지 아우르는 연구 플랫폼 OrganXpert를 개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OrganXpert의 핵심 차별점은 외부 펌프와 튜브 연결 없이도 유체(배양액)를 순환시키는 구조에 있다. 유체 순환 통로를 갖춘 장기칩 OrganXpert-O와, 물리적 구동으로 배양액을 순환시키는 장치 OrganXpert-M을 결합해 별도 장비 없이도 인체와 비슷한 순환 환경을 실험실에서 구현한다. 여기에 세포 주입과 배지 교환 등 반복 작업의 자동화까지 추진하며 장기칩과 세포 배양, 유체 순환, 시험 준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일본 SPI와 공급계약, 재현성이 관건
바이오스페로는 신약개발 현장에서 플랫폼이 널리 쓰이려면 인체와 비슷한 환경 구현은 기본이고 반복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는 재현성과 표준화가 필수라고 본다. 김경환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는 한 번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여러 번 반복해도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OrganXpert와 같은 신약 개발 플랫폼이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려면 인체 세포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높은 수준의 재현성과 표준화가 필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검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이오스페로는 일본의 제약·바이오 전문기업 SPI(Summi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와 손잡고 OrganXpert 공급을 위한 계약을 맺으며 일본 시장 진출의 첫걸음을 뗐다.

미국은 UC Davis Health 프로그램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UC Davis Health가 참여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제품 공급계약을 통한 직접 진출이라면, 미국은 현지 의료기관과의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 검증과 네트워크를 쌓는 방식이다. 두 시장 모두 국내에서 확보한 연구기관 검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 같은 해외 검증 시도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시리즈 J’ 참여와도 맞물려 있다. 바이오스페로는 2024년 기술보증기금 벤처투자센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초에는 제주도가 조성한 ‘상장기업 육성펀드 1호’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성능 고도화와 자동화, 글로벌 대응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제주 바이오 생태계와의 연결도 지속
바이오스페로는 해외 진출과 별개로 제주 기반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경환 대표는 “다양한 바이오 기업이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싶어요. 특히 제주에서 시작한 기업인 만큼 제주 내 화장품·그린바이오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대학·연구기관·병원 등과 연계해 장기칩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큰 꿈입니다”라고 밝혔다.
제주 본사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고 서울에서 제약사·연구기관·투자사와의 접점을 이어가는 이원화된 구조로 성장해온 바이오스페로는, 국내 실증과 표준화 데이터를 발판 삼아 일본과 미국에서의 시장 검증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