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사의 금속 표면 통신 기술 기업 지엔테크놀로지스가 일본 선박 항해·통신 장비 전문기업 후루노(FURUNO)와 협력해 해외 선사·조선소로 공급을 넓히고 있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금속 구조물 자체를 통신 경로로 쓰는 metalWave 기술을 적용한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 metalVox를 국내외 조선소와 선사에 공급해 왔으며, 2026년 8월 기준 85척에 설치돼 운항 중이다.
박철균 대표는 후루노와 손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통신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AS망을 갖춘 후루노와 손잡았다.” 후루노는 2022년 지엔테크놀로지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과 2026년에는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후루노 파트너십으로 해외 사후관리 체계 확보
지엔테크놀로지스는 후루노의 글로벌 AS망을 활용해 해외 사후관리 체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선사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크누트센(Knutsen), 셀시우스(Celsius), TMS 카디프 가스(TMS Cardiff Gas) 등 선사가 장비를 도입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과 일본 MOL의 주문도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HMM, SK해운, 현대LNG해운 등이 발주한 신조선에 metalVox가 적용됐다.
금속 격벽 속에서 통신 음영을 푸는 방식
선박은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 때문에 일반 무선통신이 어렵고, 케이블과 안테나를 설치하는 부담도 크다. metalWave는 통신 장치와 금속 구조물을 전기적으로 결합해 금속 표면의 전자기장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선원은 기존 디지털 무전기를 그대로 사용한다.
17만4,000㎥급 LNG 운반선 기준으로 기존 무선통신 시스템은 실내 안테나 28개, 신호 분배기 11개, 기지국 3대로 구성되고 케이블은 약 2,000m가 필요하다. metalVox를 적용한 구성은 안테나 4개에 케이블 약 100m로, 이 사례에서 케이블 길이가 약 95% 줄었다. 이 비율은 선박 크기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박 대표는 통신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배는 육지를 떠나면 하나의 독립체가 됩니다. 통신은 선박 내 안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죠.”

조선소 납품에서 기본 설계 채택까지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16년 설립됐다. 박 대표는 200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삼성전자 갤럭시S6의 무선충전 기능 개발을 총괄했고, 2017년 삼성전기를 떠나 지엔테크놀로지스에 합류했다. 한양대학교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일본 도쿄공업대학교에서 무선통신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시운전용 장비를 납품했다. 2022년 현대중공업이 metalVox를 선박 기본 설계에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기반이 마련됐다. 2023년에는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 적용 설계 개념승인(AiP)을 받았다.
2025년 11월에는 전파·방송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운항선 개조와 함정으로 사업 확대
신조선 중심이던 공급은 운항선 개조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민군 기술적용 연구로 함정용 다채널 metalVox를 개발해 해군 구축함에 탑재하고 신뢰성을 검증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선박 유형별 통신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듀얼채널 제품으로 대형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공급을 추진하며, 해양플랜트·해군 함정·중소형 선박을 사업 확대 대상으로 설정했다.
데이터 통신 metalLink 개발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 때문에 선박 내부에 무선 데이터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제품이 metalLink다. metalWave를 데이터 통신에 적용해 선내 와이파이·정보 전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실선 환경에서 1차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2027년 상반기 metalLink 기반 선내 와이파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한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안전 기준에 밀폐구역 통신 장비가 법정 안전장비로 반영되도록 활동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